이플레어

카루루 카루는 죽음의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인가?

<span class="sv_member">도해</span>
도해 @OCEAN
2026-06-24 00:48

솔직히 모르겠으니 고찰해보자.


신생의 시작 전, 연이은 좌절. 이미 한 차례 스러져간 동료들과, 끝내 꺾이고야 만 제 친우.

그 이름을 알리기 위해 다시 시작한 모험.
그리고 다시 시작된 이별과, 이별과, 이별.
동료를 잃었다. 민필리아를 잃었다. 타타리모를 잃었다. 오르슈팡을 잃고 이젤을 잃었다. 요츠유를 살려두지 못했다. 스러져간 인연들이.. 아아, 아아아...


솔직히 한번쯤 생각했겠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여정을 계속하는 거지?
죽은 이의 소망을 이뤄주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지?
무엇을 위한... 고통이지?

새벽 동료들에게 소꿉친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진 않았겠지만, 아마 다들 추측은 하고 있겠지.
모험가명에 대해 물으면 제 친구의 이야기를 몇번이고 해주던 것.
카르테노 전투에 참전했었다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던 것.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잘만 하면서, 특정 시기에 대한 발언을 할 때면 표정이 종종 사라지곤 했던 것. 고향(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꺼리는 것.
무엇보다, 매해 특정 요일에만 "친구를 보러 가야 해서." 라고 말하며 사라지는 주제에, 저도 곧 스러져버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
그가 이전부터 노련한 모험가였음은 알 수 있었다. 많은 이를 잃었던 것도 예상되는 수순이다. 그리고, 마을과 가족과 친구.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 테다.

언제나 의젓한 것처럼 굴고, 언제나 속내를 완전히 털어놓지 않는 그이지만...
... 수정공과 이야기하며, 한번쯤은... 옅은 모습이나마 비추었을까.
그 안에 든 진득한 이별과 우울을. 좌절을. 슬픔을... 그리고 끝없이 이어진 분노를.

그래, 이플레어는 분노하고 있다.
지키지 못한 자신에게. 잔혹하게 제 마을을 침략했던 제국인들에게.
그리고 그 불길은 양쪽이 모두 죽더라도 진화되지 않는다. 그래, 소모되는 장작은 저의 마음이다...


그런 이플레어이기에, 세상을 구하는 것에는 미련이 없었지만, 희망에 대한 이야기에선 많은 회의감을 느꼈겠지.
솔직히 저 자신의 구원도 찾아보지 못했으니까.
삶의 이 앞에, 무엇이 있을지... 두려움밖에 들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별바다에서, 그 끝의 마지막에서, 이플레어보는 보았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삶의 미련 그 자체일 것인데.
저를 보며 웃어주는 친우. 따스한 온기와, 힘을 복돋아주는 마음. '지킨다'는 그 의지 그대로의 에테르.
자책하지 말라는 웃음. 너는 언제나 미련했다는 장난어린 농담. 미안하다는 말과 눈물...

아, 언제나 지켜봐주고 있었구나. 가장 가까이에 있어주었는데...
완전히 이겨낼 수 있는 단서는 아니었겠지. 그러나 흔들림을, 망설임을, ... 좌절을 극복해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겠지.
가장 처음, 내가 여행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었기 때문에. 그래, 그 반짝임에 매료되었기에.
그렇다면 나의 친우도, 그 반짝임이 된 것이었으리라. 이별은 슬플지라도 그 사실 자체를 슬퍼할 수는 없으리라. 어떻게 자신이 감히 그럴 수 있겠는가.

자신을 갉아먹던 불꽃은 휘두를 수 있는 무기가 된다. 무구를 제련하는 염(炎)이 된다.
그래, 이별은 슬프다. 하지만 슬픈 것은 이별일 뿐이야. 만남의 수만큼 존재하는 그것은, 슬프지만 슬퍼하고만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너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어. 너의 바람 - 친우의 가족을 지키는 것 - 은 이루어졌으니까!
너의 의지를 이은 내가, 이제는 세상을 지켜낼 테니까. 네가 모두를 지켜낸 거니까!

친우가 사랑하던 세상을 지키는 것은 내가 늘 해오던 것이었어.
그러나 관성적으로 그리 행동했을 뿐인 내게, 희망이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어지는 반짝임이야, 메테이온. 누군가가 건넨 것을, 이어받아 다시 건네는 움직임!
그것이 나의 희망이야. 나의 반짝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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