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유우

노을과 도적

<span class="sv_member">도해</span>
도해 @OCEAN
2026-03-23 14:15
왕의 기억 시점 조각글

시야를 가득 채운 모래가 붉게 물들었다. 노을 때문이다.

어찌나 붉었던지, 하얀 네 머리칼과 흘러내리는 피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게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땀과 섞여 흘러내리는 핏방울도, 강렬한 태양도.

게임.. 인가. 그저 장기말일 뿐이던가? 이 모든게 그저 재현된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면, 내 눈 앞의 너도 꾸며낸 환상에 지나지 않는 걸까?
한껏 불쾌한 기분이 되어 걸음을 멈췄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무대 밖에 있을 너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뭐야. 안 따라오고 뭐 해?"
"그냥. 이거 봐, 너도 나도 완전 붉게 물들었잖아. 태양에."
"파라오인가.. 시덥잖은 소리나 할 거면 두고 가 버린다."
"안 그럴 거면서. 너는 나 아니면 친구도 없잖아."
"필요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가 좋으면서."
"필요 없다고! 삼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제멋대로인 녀석 같으니라고.."
"거봐, 전혀 잊지 않고 있잖아?"
"... ... 말을 말지. 어서 오기나 해."

방해되는 사람은 죽었다. 그게 네가 행하는 방식인 거겠지. 하지만 바쿠라, 왠지 네가 파라오를 이기지 못할 거라는 기분은 착각인 걸까. 아니면 내가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는 걸까? 네가 원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장기말은 되어줄 수 있지만 ... 승리를 가져다 주는 것은 내가 아닌걸.

이 무대가 막을 내리면 아마 너와는 다신 만나지 못하겠지. 도적왕이라고 불리는, 얼굴에는 긴 흉터에 키는 조금 더 작고 피부도 짙은 너와는. 사람을 베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거칠게 살아온 흔적이 온 몸에 가득한, 먼 옛날의 나를 알고 있는 너와는 …

아 .. 정말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 들어. 여기서 나가기만 해 봐, 그땐 내가 먼저 절교하자고 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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