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유우

악몽3

<span class="sv_member">도해</span>
도해 @OCEAN
2026-03-22 03:54

2는 어디로 갔냐구요? 제가 먹었습니다

대충 2의 내용: 유우카는 이후로 일주일간 계속 악몽을 꿨다. 아프고 불타고 찔리기도 타기도 했지만 늘 마지막엔 야미바쿠가 손을 뻗어 제 목을 조르는 악몽이었다. 때로는 야미바쿠에게 찔리기도 했다 어쩌고 뭐그런거...


"유우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뻗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악몽을 다시 떠오르게 만들었고, 유우카는 눈에 띄게 움찔거리며 몸을 뒤로 뺐다.

모두의 눈이 유우카에게로 향했다.

작지는 않았으나 그렇게 큰 움직임도 아니었거늘, 의자가 덜컥대며 괜히 큰 소리를 낸 탓이다. 그러니 겁에 질린 유우카의 표정도, 놀란 바쿠라의 표정도 필시 모두가 보았을 것이다.

"... 왜 그래? 괜찮아, 유우카?"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거둔 바쿠라가 유우카에게 물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시선이 집중되는 걸 알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유우카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다.

"야, 괜히 괜찮은 척하지 말고. 무슨 일 있는 거지?"
"아니라니까."
"그러고 보니 유우카, 요새 잠도 잘 못 자는 것 같았어. 괜찮은 게 아니지?"

죠노우치의 물음을 칼같이 부정한 유우카는 이어지는 유우기의 말은 바로 부정하지 못했다.
잠. 그 단어가 신경 쓰인 탓이다. 그러나 괜히 친구들을 걱정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므로, 유우카는 이번에도 거짓말일 게 분명한 답을 했다. ... 별 일 아니야. 잠깐 바람 쐬고 올게.

모두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유우카가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따라나서려는 바쿠라를 안즈가 잡아 제지했다. 바쿠라가 다가설 때 유우카의 표정은 겁에 질려 있었다. 분명 이대로 그가 따라나선다 해도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결국 유우카는 점심시간이 마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찾아가 봐야 하는 거 아니냐며 이야기하던 차 5교시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유우기와 친구들은 우선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바쿠라는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고 있었다. 수업 같은 게 집중이 될 리 없었다.

유우카는 요 근래 쭉 이상했다. 늘 놀러 오던 자신의 집에도 오지 않고, 잠을 잘 못 잔 것인지 수업 시간에도 자주 졸았다. 대화를 걸으면 평소처럼 평범하게 받아주려 노력하는 게 눈에 다 보였다. 그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음에도 본인이 숨기고 싶어 하는 걸 굳이 캐묻고 싶지 않아 넘어갔었다.
그러면 안 됐던 거라고, 속으로 그렇게 후회를 하고 있을 찰나 유우카가 뒷문을 열고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조퇴하게 되어서요. 그 말만을 건조하게 남긴 그는 가방을 챙겨 나갔다. 바쿠라는 당장이라도 붙잡고 싶은 시선으로 유우카를 바라보았지만, 유우카는 아무와도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결국 학교가 마치고 나서야 바쿠라는 유우카에게 가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유우기와 친구들을 둔 채 먼저 하교했다. 같이 가면 될 일을 저렇게 급하게 가나 싶었지만, 모두들 바쿠라와 유우카의 사이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어지간히 걱정이 되기도 했을 테고, 아마 유우카도 지금쯤은 진정하고 있을 테니 괜찮을 거라고 여기고 바쿠라를 응원해주었을 뿐이다.

집에 온 유우카는 가방도 현관에 대충 던져둔 채로 거실 소파에 앉아 기대어 있었다.
모두의 예상대로, 유우카는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다. 잠들기만 하면 악몽을 꿔버리기에 그간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쪽잠을 자는 게 겨우였고, 그마저도 깊게 잠들게 되면 악몽에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피곤해지는 덕에 점점 성질이 예민해져 소리 지르고 싶은 걸 참는 게 겨우였다.
바쿠라 앞에 서는 건 무엇보다 힘들었다. 그가 이젠 천년링의 지배를 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악몽이 이따금씩 눈을 가렸다. 이어지는 불면에 이성적인 판단이 더뎌져 악몽과 현실이 잘 구분되지 않았다. 그러니 오늘은 기어코 일을 쳐버린 것이리라.

유우기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 저의 전생이 삼천 년 전 쿨 에르나 사람이었다는 걸 무엇하러 말할까. 애초에 그때의 기억이 남아 악몽으로 이어졌다는 건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유우기라면 분명 제 일처럼 들어주었겠지만, 가장 소중한 파트너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은 그에게 또 마음고생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어둠의 바쿠라와 동행하며 적이 되었던 자신인데, 이런 이야기를 해 봤자 껄끄러워질 뿐이라고 생각했다. 유우카는 또다시 친구들과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바쿠라에게는, 도저히 말할 용기가 안 났다. 겨우 되찾은 그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는 건지.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나니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부모님조차 바빠서 곁에 있어줄 수 없었다. 애초에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
완전히 지쳐가는 유우카는 정말로 꿈속의 바쿠라가 저를 죽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계속 제대로 잠들지 못한다면 그리 되는 것도 시간문제이리라.

몰려오는 졸음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소파에서 눈이 감겨올 즈음이었다.

띵동.

분명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어째서.. 라고 생각하던 유우카는, 떠오르는 얼굴에 반사적으로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피하듯이 학교를 뛰쳐나왔다. 저를 바라보는 바쿠라의 표정도 알고 있었다. 어쩌면 모두가, 아니면 바쿠라 혼자서라도 찾아왔을 게 뻔했다. 유우카는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할 수 없었다. 그저 현관 앞에서 불안해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유우카. 집에 있는 거지? 들어가도 괜찮을까?"

이어 들리는 목소리에 유우카는 바쿠라가 혼자 찾아왔음을 알았다. 다른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바쿠라와 둘이 있는 시간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며칠 그의 집에 찾아가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피했거늘,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돌아가, 료."
"유우카, 제발."

낼 수 있는 가장 차가운 목소리를 가장해 말했지만, 간절하게 답해오는 바쿠라의 목소리에 유우카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이가 이토록 간절하게 저를 찾는다니, 감히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 이 절망적인 기분은 동시에 지금 가장 마주하기 무서운 이가 그이기 때문일까. 유우카가 그저 망설이고 있자 바쿠라의 말이 이어졌다.

"무슨 일 있는 거지? 잠도 잘 못 자고, 괜찮은 척만 했잖아. ... 유우카, 내가 무섭게 한 거야?"

이어진 말에 망설이던 입이 꾹 닫혔다. 네가 무섭게 하냐니, 전혀 그런 게 아닌데. 저를 이리 만든 건 바쿠라가 아니라 삼천 년의 세월 끝에 남은 찌꺼기, 단순한 기억일 뿐이다. 천년링은 사라졌고, 악몽일 뿐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감정은 무뎌진 이성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제가 바라는 것과 반대로만 움직여주는 감정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이대로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도 알고 있다. 결국 이 악몽이 제 자신을 좀먹어 기어코 스러지게 할 뿐이라면, 어떻게든 해야 했다.
도와달라 청해야 했다. 살려달라 빌고, 구원을 바라고 있다. 유우카는.

결국 참아내지 못한 것이 흘러나왔다. 한 달 전으로라도 돌아가고 싶었다. 바쿠라와 함께 뒹굴고, 실없는 농담을 하며, 이런저런 보드게임을 했던 일상이 그리웠다. 일주일이 좀 더 지났을 뿐인데 유우카의 머리와 가슴은 망가져만 갔다. 두려우면서도 미치도록 그립고, 그토록 절망하면서도 결국 그에게서 구원을 찾았다.
문을 열어젖힌 건 순전히 충동이었다.

"살려 줘, 료... 무서워, 나는.. 나는 무서워...."

문을 열자마자 유우카는 바쿠라에게 뛰어들었다. 그의 품에 안겨 제 자리를 찾으려는 듯이 파고들었다. 어느새 흐르고 있던 눈물이 바쿠라의 옷을 적셔들어갔지만, 그는 놀란 눈을 하면서도 천천히, 다정한 손길로 유우카를 토닥여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현관에 서 있었다. 훌쩍이던 유우카의 몸이 점점 제 몸으로 기울고 있었다. 마침내 울음이 완전히 그쳤을 즈음에는, …

"... 응?"

… 유우카는 잠들어 있었다. 바쿠라는 완전히 제게 기대어 있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했다. 깨우는 게 좋을까 싶다가도 얼마나 지쳤으면 서서 울다 잠들까 싶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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