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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너에게 내일의 태양을.
W. 파블로프
GM. 이불(하야토)
PL. 물음표(세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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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눈을 뜹니다.
익숙한 천장입니다.
맞아요, 당신이 매일 멋대로 들어와 있는.. 그의 집입니다.
소파에서 자고 있었던 걸 보면 어제도 방탕한 하루를 보낸 모양입니다.
옷차림마저 어제와 똑같으니까요.
아무리 귀찮아도 그렇지, 씻지도 않고 잠들다니...
뭐, 그런 날도 있기 마련이죠.
오늘은 휴일이니까요. 언제나와 같은, 일이 없는 날입니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7월 12일, 토요일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잘까, 하던 찰나에 메세지가 도착합니다.
이 휴대폰으로 연락오는 사람은, 현재로서는 한 사람 뿐입니다.
확인하지 않아도 그이겠죠.
아니나다를까, 그의 이름으로 - 비록 저장된 이름은 다르다고 해도 - 문자가 와 있습니다.
자주 연락하지도 않는 그가 무슨 일일까요?
문자를 확인해보면...
"세이조."
어라, 이 문자는 당신이 일어나기 전부터 쌓여있던 문자네요.
위에서부터 5분 간격으로 와 있습니다.
"... 세이조."
" .... 아직도 자나?"
"이런 상황에서마저 잠이나 자고 있다니, 너 답군."
"카미."
그리고 방금 도착한 마지막 문자.
"카미, 일어나지 않으면 강제로 일어나게 해 주지."

세이조는 휴대폰을 대충 내던졌습니다.
대체 오늘 아침부터 하야토는 왜 이러는 걸까요?
평소라고 이러지 않은 건 아닙니다만, 오늘은 어쩐지 유독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뭐어, 당장 집 안에 없는 그가 뭘 할 수 있겠어요?
무시하고 있자니 문자가 두 개 더 도착합니다.
" ... 야."
"역시, 넌 내가 이대로 사라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겠지."
그것을, 세이조는 확인할까요? 아니면 다시 잠에 들까요?

어쩐지 수상하네요.
이런 약한 소리나 내뱉을 사람이 아니지 않던가요?
갑자기 실연이라도 당했나... 뭐, 그런 건 아니겠죠. 당신은 그를 찬 적이 없는데.

답장은 빠르게 도착합니다.
"아니, 이뤄지는 게 늦었을 뿐이다."

"개소리."
"의도를 모르겠다면, 그걸로 좋다."
"오늘 오후 1시까지, 근처 공원으로 와."
"어딘지는 알겠지? 모른다고 하진 마."
"안 나오면, 직접 찾아가주도록 하지."

지금은.. 9시 쯤이네요.

준비가 게으르지만, 그 또한 좋습니다.
Zzz...
당신은 금방 잠에 빠져버립니다.
푹신한 소파에서 뒤척이며 자고 일어났을 무렵 ...
시간은 11시 반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젠 정말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걸로 준비는 끝인가요?

준비가 조촐하지만, 아무렴 좋습니다. 만날 사람은 한 명 뿐이니까요..
당신은 준비를 끝마치고 30분 거리의 공원으로 천천히 걸어갑니다.
... ...
공원으로 가면, 입구에 서 있는 하야토를 발견합니다.
당신과 다르게 단정한 차림으로요.



그의 반응이 시원찮습니다.
마치,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반응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반응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이건, 당신에게도 아무래도 좋을 정보이겠지요.
하야토는 당신을 위아래로 훑어봅니다.



제 할 말만 하고서는 대화를 이끌어갑니다.
능청이나 떠는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야토가 그리 말하자, 갑자기 눈앞이 휙 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 약간의 어지러움과 함께,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는 바다 - ...
... 가 보이는 어느 상점가입니다.
뭐죠? .... 뭔가요?
방금까지, 공원.. 아니었던가요?
이 이해하지 못할 상황에, 당신은 잠깐 패닉에 빠집니다.
이성 판정을 해주세요. (1/1D2)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5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와, 이거 꿈이 너무 생생한 거 아니냐? (꿈이라고 생각하고 하야토를 툭툭 칩니다.)





... 어딘가 이상합니다, 이건.
그렇지만...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의 반응은 평온하기 그지없습니다.
정말 자신이 기억이라도 잃은 걸까요?

"그랬다간 내가 가만 안 뒀겠지." 라고 옆에서 중얼거림에 답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무렴 좋습니다, 잠시 기억의 혼란이 온 것 뿐일 거예요.

정신을 차리고 눈앞에 처음으로 보인 것은, 작은 정원입니다.
하야토는 그곳에 가까이 다가가, 정원의 한가운데에 있는 분수대에 걸터앉습니다.
상점가의 광장에 꾸며진 쉼을 위한 공간인 모양입니다.

분수대가 메인인 이 공간에서, 분수대 안에 작은 통이 있는 것을 깨닫습니다.
바닥에 무수하게 깔린 동전들이 그것의 쓸모를 깨닫게 합니다.
아마 소원이라도 비는 거겠죠.



별 쓸모없는 거라도 빌어보는 게 어때?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소원이라도 좋을 테니.
... 이뤄질지도, 모르니.




그나저나, 의외군. 너라면 바라는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누구나가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게 있지 않나?




시시한 대화네요.
딸기 라떼를 소원하며 던진 동전은, 정확히 통 안에 들어갔습니다.
역시 실력은 어디 안 가는 모양이네요.
당신이 동전을 던진 것을 본 하야토는 분수대에서 일어나 상점가로 걸어갑니다.
당신이 다급하게 뒤따라가고 있자면 , ...
어느샌가 분수대는 사라지고 없겠지만, 누구도 모르는 일이겠죠.
...


두번째로 향한 곳은 상점가입니다.
플리마켓이나 취미 용품을 파는 이곳은 제법 사람이 많습니다.


자칫하면 하야토와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만 ...
... 알 바인가요? 각자 돌아다녀야죠.
우리가 그런 따뜻한 사이도 아니고, 무슨 상관인가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늘어지게 하품하고 있자면 - ...


어쩐지 독심술이라도 하는 듯한 반응이네요.


어찌저찌 그와는 동행하게 됩니다.



그런 반응마저 뻔뻔하기 그지없습니다.

... 그 말에는 답하지 않는 게, 무시하는 것 같네요.
그러나 본인은 사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인지, 무언가를 보고서는 갑자기 세이조의 팔을 잡아 이끕니다.
그가 이끌어 간 곳에는 드림 캐쳐를 파는 플리마켓이 있습니다.
그는 웃돈을 주고서 드림 캐쳐를 구매합니다.


넌 그냥, 의견이 없는 거고. (사고 싶은 것이 딱히 없는 당신을 열받게 하는 한마디를 던집니다.)


그렇게 투닥거리고 있자면, 상점가를 거의 빠져나옵니다.




그런 실없는 소리만 주고받고 있으면, ...
어느새 두 사람의 뒤로 상점가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돌아보지 않는 이에게는 모를 이야기겠죠.
...
그리고 어느덧 겨울이라고 말입니다.
네?
아니, 분명 여름이었다니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가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있고, 개중에는 눈사람도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당신의 차림도 바뀌어, 어느새 손에 쥐여져 있던 목도리는 목에 걸려 있습니다.
.... 라고, 당신이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당신에게로 향합니다.
하야토를 뺀, 모두의 시선이.
"깨달았네?"
"이번엔 정말로, 알아버렸구나?"

그렇게 말을 내뱉는 모두의 시선이 끔찍하게, 웃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야토는 당신을 흘깃 보았을 뿐, ...
마치 그런 사람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그의 손짓 한번에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 버립니다.





꿈인 것도 알았으니, 이제 그만 즐기도록.


어째선지, 꿈에서조차 그에게 휘말리는 듯한 느낌입니다.
자신은 이 꿈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것만 같아요.




... (그렇게 잠시간 당신을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린다.)
그의 시선 앞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습니다.



...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소원을. 그것이 모두가 꿈꾸는 이야기이니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의 손에는 쪽지와 펜이 들립니다.


방금도 소원을 빌어놓고, 뭘 더 적으라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안 하면 또 뭐라고 쪼아대겠죠.
아니면 내 손이 멋대로 움직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간단한 거라도 적어보는 게 좋겠어요.








너 취향 보면 다 도망치고 남았어.

또다시 실없는 소리만을 하며 걷고 있자면.
툭.
투둑.
투두둑 - ..
쏴아아아⋯⋯.
천천히 쏟아지기 시작하는 비에 하야토가 우산을 펼칩니다.
꿈이라는 걸 인지한 이후로는 그다지 .... 라고 하기에는, 이 상황 자체가 묘하게 견딜 수 없습니다.
아니, 애초에 저 놈이랑 같은 우산을 쓰라니요? 저 쪽에서 먼저 거절할 법한 일이라니까요?

아무튼 함께 우산을 쓰는 건 싫은 당신은 모자를 뒤집어 씁니다.
그걸 바라보던 하야토는..

... (그답지 않게 말을 고릅니다. ... 어쩐지, 아까부터 그의 시선은 자주 바닥을 향하고 있어서.) 빗물이 어디로 사라지는 지 알고 있나?
가끔 그런 상상을 하지. 그렇게 사라져 버린다면 ...


하야토가 우산을 내립니다.
비가 그에게만은 향하지 않습니다.
그에게서 튕겨져 나오는 것처럼요.

당신은 계속 젖고 있는데도요..?
하야토는 당신의 물음에도 아랑곳않고 우산을 건넵니다.

확실히, 그는 평소의 모습과는 조금 다릅니다.
아니, 많이 다릅니다.
완벽하고 틈이 없던 그는 어디로 갔나요?
이렇게 약한 소리나 하는 그를 본 적이 있나요?










네가 알고 있는 모습 따위, 그딴 게...

더 필요한가?



... 그의 상태가 불안하게만 보입니다.
어쩐지, 안색도 전보다 안 좋아 보이는 것만 같고요.


... ... .... (그 상태로 당신과 몇 발자국 떨어져 심호흡하더니, 1~2분쯤 지났을 때에는 다시 진정된 모습을 보인다.)
가자, 시간이 없어. (라며, 또다시 앞뒤없는 이야기를 시작할 뿐.)

먼저 앞을 지나가는 당신의 모습에, 한들한들하게 핀 꽃이 보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생명력이 넘치는 저것은, 어쩐지 뽑아가도 멀쩡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송이, 가져가 주실까요.


(아까의 말을 돌려주기라도 하는 듯이, 강조해서 말한다.)
그 말을 끝으로 하야토는 아무 말 없이 걸어갑니다.


그렇게 후다닥 먼저 뛰어가고 있자면,
어느샌가 기차 안에 앉아 있습니다.

그 한마디만을 내뱉고서는 창밖만을 바라보는 하야토.

그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 멀리만 보였던 바다가 점차 가까워만 지네요.
살다살다 이 자식이랑 여행까지 같이 가게 될 줄은.
덩달아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자면...
... 어쩐지 이 배경, 계속 반복되는 것만 같지 않나요?
반복되고 있는 풍경, 창밖을 바라보는 하야토.
일정하게 울려 펴지는 기차 소리 ...
어쩐지 졸음이 쏟아지는 것도 같은데, 몸이 나른해지는 건 아닙니다만 ...
그럼에도 수마에 빠져 버리고, 그대로 눈을 감으면.
어떤 꿈을 마주합니다.
꿈 속의 당신은 무언가를 들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아까 뽑았던 그 꽃입니다.
이건 ... 그에게 주지 않았던가요? 왜 여기에?
다만, 어두운 꿈속에서 꽃만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마치 생명줄처럼요.
그것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자면,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힙니다.
아니, 이건 벽이 아닙니다. 벽은 이런 감촉이 아니죠.
그것보다는 좀 더 매끄럽고, 단단하고 .... ...
조금만 집중하면 뭔가를 알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것을 원할 시, 지능 판정.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4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 집중하고 있자면 벽 너머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1시간 뿐."
"한 시간 후면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겠지."
"네가 그 꽃을 내게 돌려준다면, 너희에게 조금의 시간을 더 누릴 수 있도록 해 주마."
"그것이 싫다면, 내려둘 필요 없다. 이 1시간으로 끝이 나겠지."
"네가 그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은 진정 네 마음에 달렸으니."
"원하는 바를 따르거라."

(일단 꽃을 바닥에 내려둡니다.) 이러면 됐어?
당신이 꽃을 자리에 내려두자 마자, 시야가 암전합니다.
... ...
꿈뻑, ....
정신을 차리고 다시 눈을 떠 보면, 기차는 바다 근처 길에 정차해 있습니다.
기차에서 내리자, 차고 짠 바닷바람에 코 끝이 아려옵니다.
그대로 겨울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면, 먼저 내렸던 하야토가 말을 걸어옵니다.

네 생각엔.
내가, 그리 될 것 같나?


(바다를 향하고 있는 고개, 흝날리는 머리카락, 그 덕분에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이내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 보인다.) 풋, 푸핫 .... (그는 웃고 있다. 확연하게.)
미안하게 됐군. 아니, 미안하게 됐어. 이제 전부 그만두자. 이런 시덥잖은 연극 .. 이제 더 이상 어울려 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거든. (평소와 같은 강압적인 어투가 아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는 것을 그만두고 - 어투는 평소와 다르게 어딘가 다정하고 누그러진 채였고, 표정은 금방이라도 떠나갈 사람의 것처럼 보였다.) 필시 못 나오겠지, 이런 나라면. 강인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나에게서는 말이야..
아, 궁금한 게 많겠지? 물어봐도 돼. 허락할 것마저도 없으니까.

궁금한 게 넘쳐나지. 너 뭐야? 내가 아는 그 녀석 맞아? 못 나오겠다는 건 무슨 소리고. 너 그 녀석 아니지?

긴 이야기일 테니, 천천히 들려줄까? (그는 드디어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웃는 인형은, 어딘가 낯선 모습이지만 동시에 익숙하다.)


(아주 먼 기억은 되짚어 올라가는 것처럼, 때로는 그것이 힘들어 보이는 표정을 짓다가도, 그의 표정은 편안하기 그지없다. 아, 이는 분명 그 시절을 사랑했던 이의 눈이다. 추억에 잠긴 이의 표정이다. 사랑을 알았던 자의 시선이다.) 이제와서 잘 기억나는 건 없어. 카미, 아니. 세이조, 너도 이해하겠지? 어렸을 때의 기억이란 건 왜곡과 망각을 동행하니까. 그저 우리는 찢어지게 가난해도, 행복했어. 어울리지 못하고 친구 하나 없어도 ... 나는 어머니와 웃을 수 있었고. (그가 내뱉는 말은 당신이 아는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다. 분명, 하야토에게는 남매가 있다. 아버지가 있고. 그렇게 알고 있을 터인데.)


(이어지는 말은 당신의 대답과는 상관없이 그저 이야기를 진행시킬 뿐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어머니는 아버지를 찾아버렸어. 그를 알아버렸지. 그의 재산도, 그의 '진짜' 가족도... 그 순간에 나의 가족은 찾아볼 수 없게 되어버린 거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둥실, 천천히 흘러가는 것을 그저 감상할 따름이다. 그것을 바라보며.) 아버지가 생겼다. 형과 누나가 생겼어. 기뻐할 일이건만... 글쎄, 딱히 그러지 않았던 것 같네. 내가 사랑한 어머니는 사라져 버렸고, 남은 건 어머니의 껍데기 뿐이었어. 그마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보이지 않게 되어서, 나는 짐작만을 할 뿐이고.
(다시 고개가 당신에게 향하고, 인형은 눈웃음짓는다.) 나도 저렇게 되리라는 짐작을.
그래서 나는 살아남았지. 그래, 살아남은 거야. 이것도, 저것도.. 필요하다면 전부 발판으로 삼고, 전부 버려가면서.
... ... (그리고, 그는 멈췄다. 그래, 이것은 확실히 그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의 상황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그는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무엇도 설명하지 않았다.)

뭐, 급할 필요도 없나. 지금 과거 말하기 시간이야? 너라면 내 과거 따위 너무 자세히 알고, 이미 다 조사해서 알고 있겠지. 그게 전부야. 나는 누구처럼 숨길 과거도 없고. 그렇게 거창한 것도 없거든.

너, 날 부러워했지. 내가 있는 곳이 네겐 발할라일지 모른다고. 전혀. 오히려, 난 내가 있는 지옥에 널 끌어들였을 뿐.
그렇지만 네 진창과 나의 지옥이 같지 않기에, 네가 날 그렇게 바라보는 이유를 모르겠어. 네가 죽지 않았기 때문일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모두 잃은 덕분일까....
살아있지 않다면, 생을 느낄 수 없다면, 그것을 이어가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지, 세이조? 네가 느끼는 모든 것이 너의 것이 아니고, 네가 판단하는 모든 것이 너의 것이 아니라면... 네가 가진 것들은 모두 네 것이 아니고, 실상 가졌었다고 생각한 것조차 한 줌 모래가 되었다면.

과거의 이야기를 들으니 너는 여전히 나에게 있어 부러운 삶을 살은 녀석이야. 행복했던 유년시절이 있었네. 어머니와 웃을 수 있었던 시절이. 지옥? 여기가? 나에게는 있어서 천국인데.
요즘은 감사하고 있어. 아무리 악착 같고. 인간적이지 않은 것들만 시키더라도. 돈이 가져다주는 풍족함을 느꼈거든. 덕분이지. ... 더 이상 홀로 외롭지 않아도 된다는 감정도.
가졌다고 생각한 것이 한 줌 모래가 되었다면, 그 모래라도 담아야지. 물을 묻혀서 굳혀. 그러면 원래 네가 가진 것이 될 테니까.

... ... ...
왜 내게 감사하고 있지?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 네가 악을 쓰며 싫다 소리친 것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서, 또한 삶은 투명하다.)

(투명하여, 그것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어째서, 나만을 외롭게 두고 너는...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결국, 진창에서 썩어간 것은 나 하나뿐인가? 지난 날이 괴로워 잠들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일 텐데. 이런 모래밭에서 나의 것을 공들여 만들어봐야, 다시 쓸려나가고야 말 것인데.

썩어갔다... 나는 진작에 썩고 곪았어. 그 상태로 너를 만난 것이고. 더 떨어질 곳도 없는 나락의 상태에서. 반면에 너는 어땠지? 속은 썩고 곪았을지 몰라도 겉은 아니잖아? 그게 너와 나의 차이야. 너 하나만 그리 썩은 게 아니라고.

나의 어디가 그렇게 썩고 곪지 않았다는 건지. 그렇다고 한들, 우리는 너무 다른 것 같아. 그렇잖아? 그런 상황에서도 떳떳하게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전혀 '내가 되지 못한 사람' 이잖아.
(거기까지 말하고서 그는 모래사장에 철퍼덕 누워버린다. 보이는 것은 붉게 물든것을 넘어 남색으로 변해가는 하늘이다.) 지쳤어. 이젠 이곳에서 나가고 싶지 않아. 이런 언쟁 같은 거, 이제 의미 없을지도 모르겠어. 아, 그렇지. 좋은 이야기를 하나 해 준다면... 어때? 너도 마음이 바뀔까.

(누워버리는 하야토에게 시선을 맞춥니다. 붉게 빛나는 눈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는 건 또 무슨 소리인지. 알아 듣지도 못하게 말하고. 좋은 이야기? 어디 한 번 해 봐.







거창한 이유가 있을 줄 알았어? 전혀. 그저 운이 없었던 거야. 말마따나, 어차피 나에게 있어서... 더럽고 하찮은, 밑바닥 인생이었으니까.
이제야 알겠어? 난 그런 사람으로 살았어. 최근 잘 대해준게 약이라도 되었던 모양이지. 아니, 천만에. 난 최악의 인간이라고. 지금 사라지더라도, 너처럼 아무도 찾을 이 없는.


(그러고서는 걸어갈 뿐이다. 점차 앞으로. 그 바다 속으로. 파도와 함께 흩어질 수 있게.) ... 전해져서 다행이야, 하고 싶었던 말이. 도무지 말이 겉돌아서, 대화가 되지 않는 줄 알았지. 이제야 알아주는구나.
(그리하여 파도가 발을 적실 때에, 돌아본다.) 너도 이제, 나의 실종을 이해할 수 있겠지.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이해한 듯이,) 아, 걱정 마. 네 앞으로 세탁한 돈은 남겨뒀으니까. 지금쯤 네 헌 통장이라도 열어보면 나오겠지. 그토록 자유를 갈망하더니, 이젠 자유야. 기분이 어때, 세이조. (힘을 줘 팔을 뿌리친다. 이어지는 그의 말은, 다시 이전의 말투로 돌아와 있다.) 그러니 이제 이딴 짓 그만하고. 가. 꿈에서 깰 시간이다.

문득 하야토가 찬 시계가 눈에 보입니다.
11시 55분? 언제 시간이 이렇게나 지난 거죠?
약간의 당황스러움, 그리고 ....
외치고 나서야 직감적으로 깨닫습니다. 지금이, 꿈에서 깰 수 있을 때라는 걸.
현실로 돌아가는 것은 당신. 그러나, 지금이라면.
그를 같이 끌고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차에서 본 존재가 무어라 했던가요.
그가 죽음을 받아들인다고요?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도록 둬야 할까요?










... 해 봐. 어디 해 봐, 날 죽일 수 있을지 걸어보자고. 나는 널 놓아줄 테니 - 너도 자유롭게 날뛸 수 있겠지. (말이 끝나자마자 당신에게 길게 입맞춘다. 아니, 입맞춤이라기엔 - 좀 더 길고, 깊고, 진하게.)

드디어 그 족쇄를 풀어주는 거야? 이거, 꽤나 기쁜데? (가볍게 맞추던 입에 깊게 이어지고 꽤나 오랜 시간 입맞춤이 이어지던 중 숨이 차 하야토의 가슴을 툭툭 치고 입을 뗍니다.) 그래, 이제 좀, 돌아가자.

하야토는, 당신의 팔을 잡아 이끕니다.
끌어당겨 - 그대로 끌어안습니다.
체온과 함께 암전되는 시야. 그리고...
"일어나면 방으로 와."
마지막까지 귀에 남는 그의 목소리.
... ...
...... .
깜빡.
깜빡 ... 눈을 뜹니다.
7월 12일, 토요일 낮입니다.
이번엔 진짜 현실이겠죠.
익숙한 천장을 뒤로하고, 하야토의 방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카미, 빨리."
...
아무튼, 당신은 그를 살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 끝에, 당신의 손에 피를 묻혀가면서까지요.
뭐. 그건 나중 일이 아니겠어요?
지금은 당장 눈앞의 일을 즐기면 될 겁니다.
당신에게 죽기를 기다리는, 당신에게 구해진 그를 보러 가요.
그가 여전히 살아있지만,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하루를 살아가기로 합니다.
END2??. 싫어하는 너에게 내일의 태양을
하야토, 세이조 생환.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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